오랜만에 꺼내본 내 카메라.

이 것은 나이가 꽤나 많다. 한 서른 살 정도?

지금은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아있는 '동독'제 'PRACTICA'.
프락티카에서 구 소련의 첩보위성 탑재용 카메라를 만들었다고 한다. 
동구권 제품이라 밧데리 전극도 반대다. 그래서 은박지 대고 뒤집어 끼워야 한다.

렌즈 교환 방식이 매우 희귀한 나사식이다. 

그래서 여타 모델과 호환 불가다.

원래 구성은 바디와 기본 50미리에, 광각, 135미리 망원 이었다.

이 중 광각렌즈는 그 이름도 찬란한 칼짜이즈.

지금도 그 명성이 죽지 않았지만 옛날에는 칼짜이즈 렌즈를 갖고 있다는 것만도 자랑이었다.

망원렌즈도 성능이 죽여줬다.
98년엔가 조리게가 뻑뻑해 직접 분해수리를 한 다음부터 색감이 약간(아주 약간) 떨어지긴 했다.

근데 자세히 보면 바디가 펜탁스다.

1995년 경 동생이 지하철(4호선)에서 졸다가 기본렌즈가 결합된 바디를 두고 내리는 천인공로할 만행을 저지르고 만다.

렌즈가 아까워(망원렌즈 성능이 끝내줬다) 새 바디를 구하려 해도, 독일은 통일됐고, 동독제라는 흔하지 않은 메이커를 아는 이도 별로 없었다.
게다가 렌즈가 그 당시에도 구닥다리인 나사식이라 더욱 어려웠다.  

제대 후 남대문 카메라 상가를 샅샅이 뒤진 끝에 겨우 나사식 아사히 펜탁 바디를 찾았다.
눈물을 머금고 연식이나 성능에 비해 엄청난 금액인 11만 원에 구입.

최고 셔터속도가 겨우 1/1000...요즘 카메라가 보면 픽~ 웃겠지.


1990년 대 중반부터 오토포커스가 일반화됐지만 나 홀로 이 예민한 완전수동을 들고 다니며 촛점을 맞췄다.
2000년 전후 디카 시대로 전환됐지만 나 홀로 필름을 갈아끼우고, 조리개 값을 맞추느라 남보다 더 신중해야 했다.

이후 2007년까지 사용하다가 현재는 셔터 고장으로 대기 중.
예전에도 동일 고장을 직접 고친 경험이 있어 수리 가능으로 판단. 조만간 고쳐줄께~


니콘 FM2.  
이것은 필름카메라가 사라지던 90년대 말 쯤 동생이 준 것으로 별로 사용해보지는 않았다

당시 전설의 1.2 조리개라는 이유로 몸 값이 상당했다고... (지금도 1.2 렌즈는 짱)




뚜껑 열었더니 필름이 있네 ...이런 이런~
디카로 치면 메모리에 파일 있는 줄 모르고 포멧 한 것이다. ㅋ~


감도 25짜리 필름.

10년 전 쯤 단골 사진관에 전시됐던 필름이었는데, 현상 사은품(100필름) 3회분 대신 달라고 졸라서 받았다.
이후 정말 좋은 사진 찍으려고 아끼고 아끼다가 지금까지 못찍었다.  ㅎㅎ
(1600짜리도 받았었는데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


카메라 가방은 루어가방이 되어버렸다. ㅎㅎ

대신 얘네들은 이렇게 산다.


아직 필름이 10여 통이나 남았다.
유효기간은 다 지났지만.
근데 지금 찍어도 현상할 수 있는 곳이 있을까 모르겠다.
Posted by 과학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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