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보다 진짜같은

어부 2008. 12. 4. 19:43
루어낚시는 인조 미끼를 진짜처럼 보이도록 움직여 물고기들이 물게끔 한다.
종류도 다양하다.
수 백 가지다.
벌레같은 것, 물고기 모양을 한 것, 딱딱한 것, 말랑한 것, 큰 것, 작은 것, 각기 다른 색들 등등.
 
모든 생명체가 생존 본능을 갖고 있듯 물고기들도 학습효과에 의해 먹거리를 분별한다.
루어낚시인들 가운데 상당수가 스포츠 피싱을 자처하며 잡은 고기를 놔주기 때문에 이놈들의 학습효과는 더욱 크다.
때문에 요즘은 아예 외계 생명체같은 새로운 창조물이 쏟아져 나온다.

루어낚시를 처음 접한 사람들은 미꾸라지같은 생미끼를 사용하면 더 잘 잡힐 것이라고 생각한다.
본인도 그랬고, 같이 시작한 다른 사람들도 그랬다.
그러나 결과는 아니었다.
조황이 신통치 않았다.
수동적이라 재미도 없었다.
지난 여름 루어를 처음 시작했던 지인도 첫날 루어의 생생한 움직임을 직접 보더니 한 마디.
"진짜 보다 더 진짜 같다."



인터넷에 떠도는 동영상이다.
이런 웜 미끼를 한 봉(3000~5000원) 사면 10 마리 정도 들어있다.
너덜너덜 할때까지 쓰고 또 쓴다.

하드베이트는 상대적으로 비싼편이지만 인터넷 상에는 개당 천 원짜리도 많다.
물론 움직임에는 차이가 있다.



이건 상당히 비싸다.
이것만 있으면 물고기 다 잡을 것 같다.

아니다.
물고기도 먹고 싶을 때가 있고, 먹기 싫을 때가 있다.
지나치게 더울 때, 수온이 급변할 때, 산소가 부족할 때, 주변 환경이 변할 때, 낚시꾼 등 위협으로 스트레스 받을 때 등.
특히 지금처럼 추울 때는 거의 안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먹이가 눈앞에 있어도 입을 안벌린다.
이럴 때 사람들은 자극적인 소리나 움직임으로 물고기의 신경을 건드리고 화나게 끔 유도하는 미끼를 쓰기도 한다.

가짜가 진짜를 능가한다.
생 미꾸라지는 지가 움직이고 싶으면 움직이고 아니면 가만 있는다.
낚시꾼이 어찌 할 수 없다.
그런데 이 진짜 가짜들은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데로 빠르게, 느리게 움직이며 물고기를 유혹한다.



미끼를 문다고 잡히는 것은 아니다.
동영상처럼 고기들은 입에 들어온 것이 먹이가 아님을 아는 순간 도로 뱉어 버린다.
날카로운 바늘이 9개나 달린 미끼도 무사히 뱉어버린다.
때문에 입질이 들어오면 챔질을 해서 바늘이 주둥이에 확실히 박히게 끔 한다.
물론 덥석 물어 저절루 걸리기도 하고, 아예 삼켜버리는 어종도 있지만 이런 경우는 드물다.

입에 걸렸다고 다 잡는 것은 아니다.
라인이 못 버티면 터져버리고, 바늘이 끊어지기도 하고, 낚시대가 부러지기도 하고, 물속의 장애물로 파고 들어가기도 한다.
몸을 공중으로 날리는 바늘털이도 하고, 라인의 장력이 느슨할 때 몸을 뒤집어 탈출하기도 한다.

인간 낚시인 보이스피싱 사기가 횡행하는 것도 진짜같기 때문이다.
터무니 없는 인간들이 당선되는 것도 가짜를 진짜처럼 꾸몄기 때문이다.
뱉어버릴 것 같으면 챔질을 해서 묶어두고, 바늘털이를 못하도록 함정도 만든다.
 
진짜 같은 가짜, 진짜를 능가하는 가짜가 세상에 널렸다.

 



Posted by 과학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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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에너미 엣 더 게이트'
2차대전 당시 스탈린그라드 전투에서 독-소 저격수들의 대결을 그린 영화입니다.
독일군을 다소 과도하게 악으로 묘사한 부분도 있지만 전쟁 상황을 군더더기 없이 표현한 참 잘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이 패러디물 만드신 분 노고에 감사~.  





Posted by 과학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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